초등학생 손녀 사진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한할머니의 행동이 온라인상에서 이슈가 되면서 미성년 아동의 동의 없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공유하는 ‘셰어런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셰어런팅(Sharenting)’은 공유(share)와 양육(parenting)을 합친 말로, 부모 등 양육자가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SNS에 올리는 걸 뜻해요. 사진·영상 등을 인스타그램·페이스북·유튜브에 올리는 건 물론이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는 것도 포함해요.
🔎 셰어런팅이 소환한 디지털 잊혀질 권리
캐나다에선 13세 아이가 ‘내 어린 시절 굴욕 사진을 10년 넘게 페이스북에 올렸다’라며 부모를 고소하는 일도 있었어요.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동의 없이 자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면 최대 4.5만 유로(6,300만 원)의 벌금이나 1년의 징역형에 처해요. 이렇게 셰어런팅 논란이 커지면서 아이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요.이와 함께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삭제하려는 욕구, 디지털 잊혀질 권리가 다시 부상하고 있어요.
디지털 잊혀질 권리는 스페인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야 곤잘레스에 의해 시작됐어요. 2010년, 곤잘레스는 구글에서 자신이 연금을 내지 못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내용의 1998년 기사를 발견했어요. 그는 비록 기사 내용이 사실이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현재 자금 상황이 오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구글에 기사 삭제를 요구했어요. 하지만 구글은 기사가 사실이므로 삭제할 수 없다고 맞섰어요. 이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고 결국 유럽 사법재판소는 2014년 곤잘레스의 손을 들어줬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소위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가 유럽 전역에서 인정받게 됐어요.
🏛️ 디지털 잊혀질 권리, 모든 국가가 인정할까요?
디지털 잊혀질 권리에 대한 인정은 국가마다 달라요.
아르헨티나는 디지털 잊혀질 권리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2006년, 유명가수 버지니아 다 쿤하가 자신의 과거 노출 사진이 공개돼 명예가 훼손된다며 구글과 야후를 상대로 데이터 삭제를 요구한 사건이 계기였어요. 재판부는 구글과 야후가 해당 콘텐츠가 명백히 불법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데이터 삭제를 게을리 했을 경우 명예훼손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어요.
미국은 잊혀질 권리를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정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더 중시해요. 영화 ‘무슬림의 순수함(Innocence of Muslims)’에 출연한 배우 리 가르시아는 마호메트를 비하한 대사 때문에 여러 차례 살해 위협을 받았어요. 가르시아는 유튜브에 해당 동영상 삭제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어요. 2015년 가르시아 구글 사건(Garcia v. Google 사건)에 대해 미국 연방 제 9순회 항소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특정 영상의 삭제 요청을 기각했어요.
일본은 제한적으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지만,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을 이유로 완전 도입은 하지 않고 있어요. 2016년 원조교제를 한 남성이 자신의 체포에 관한 인터넷 기사와 게시물 등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구글이 거절한 사건이 있었어요. 일본 최고재판소는 범죄자의 이름을 포함한 정보의 삭제 요청을 기각했어요. 표현의 자유와 공익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에요.
🧹 “지우고 싶은 게시물 삭제해 드립니다” 지우개 서비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법을 통해 디지털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고 있어요. 2016년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발표한 ‘인터넷 게시물 삭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어요.
지난해부터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혀질 권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어요. 아동·청소년 본인이 올린 '지우고 싶은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 삭제를 지원하는 서비스예요. ‘지우개 서비스’라고도 부르며, 30세 미만 누구나 신청할 수 있지만, 미성년 시기(19세 미만)에 작성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만 삭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